‘탄소중립의 시대’, 탄소국경세 논의 본격화
‘탄소중립의 시대’, 탄소국경세 논의 본격화
  • 한국연구저널
  • 승인 2021.07.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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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대륙에 이상기후가 심화하면서 폭우로 인한 대홍수가 발생, 수많은 희생자를 낳으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이에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 탄소를 줄이기 위한 글로벌 차원의 노력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탄소국경세’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탄소국경세란 상대국이 제도를 도입한 당사자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 대비 탄소 배출이 많은 품목을 수출하기 위해선 추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지구 온실가스 배출 저감의 한 방안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탄소국경세 도입… 보호무역주의적 발상 의식해야

먼저 유럽연합(EU)의 움직임에 주목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종합대책 ‘유럽 그린 딜’의 핵심 법안을 골자로 한 ‘피트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피트 포 55’는 오는 2030년까지 EU 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겠다는 정책으로, 이를 위해 EU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알루미늄 등 5개 분야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EU권에서 역내 생산되는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품목을 수입하기 위해선 탄소국경세 인증서를 추가 구매해야 한다. 탄소국경세는 매주 경매된 EU 내 탄소배출권 평균 가격을 기준 삼아 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부터 3년간 과도기를 거친 뒤 2026년 본격 도입될 전망이다.

이런 유사한 흐름은 미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 13일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기후변화 가족서비스 지출 계획을 추진하는 데 합의하면서 재원 조달 방안 중 하나로 ‘오염 유발국 수입세’ 부과를 포함했다.

탄소 저감에 무관심한, 이른바 ‘기후변화 무임승차 국가’가 생산하는 제품에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국 기업이 정부 저탄소 정책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선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공정 경쟁 측면에서 보면 ‘오염 유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품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세금 부과 방식과 세율 등 구체적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진보정권을 표방한 미 바이든 정부는 앞서 강도 높은 ‘탈탄소’ 정책 도입을 시사하면서 탄소국경세 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미국의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내놓은 ‘2025년까지 26~28% 감축’보다 강도 면에서 훨씬 세다.

이 같은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등 국제적 흐름이 향후 우리나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결국, 선제적 대책 마련 등 시급한 사회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특히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으로 첫 손에 꼽히는 국내 철강업계에 대한 우려가 크다.

EU는 중국·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한국의 무역 대상국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EU가 이산화탄소 1t당 30유로의 탄소세를 적용할 경우 관세가 약 2% 늘어나 한국 경제에 10억6,000만 달러(1조2000억 원)가 넘는 부담이 지워진다. 철강 분야 타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특히 EU발 탄소국경세의 근거가 되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에서 거래된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 1년간 135% 크게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도 EU 배출권 시장에 포함되는 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 향후 탄소배출권 가격은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탄소배출권 가격을 2030년까지 t당 75달러까지 올려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최근 국내 철강기업 일부에서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환원제를 유연탄 대신 수소로 대체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 등 측면에서 큰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근본적인 산업 체질 개선 작업 시급

실제 김학동 포스코 사장은 최근 “국내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을 포함한 친환경 경영을 본격화한다면 약 68조5,000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여력이 작은 중소기업 몰락과 함께 이들의 대기업 흡수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정부는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등 저탄소 정책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등을 통해 탄소국경세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ETS는 탄소 저감능력이 미흡한 기업이 정부 또는 초과 감축을 달성한 기업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실질적인 탄소 감축이 아닌 ‘무늬만 감축’이라는 취지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EU 등 글로벌 사회의 탄소국경세 도입 움직임은 표면적으로만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우고 있을 뿐, 그 이면에는 새로운 관세 추가를 통해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발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탈탄소’라는 환경적 명분과 함께 국가 산업 보호라는 실질적 대책까지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무역수지 악화만을 우려하는 단기적·임시적 접근 방식이 아닌 선제적·장기적 관점의 근본적인 산업 체질의 개선 작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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